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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골수이식전·후 생활

잃고나서 후회하지 말고 있을때 지키자

by 복음과삶 2007. 5. 16.

입원하기전 외래가 있는 마지막 날이다. 그동안 수혈을 양팔을 통해서 받았기 때문에 곳곳에 바늘자국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식수술을 위해서 입원하게 되면 히크만이라는 관을 몸에 삽입하기 때문에 그것을 통하여 수혈을 받게 된다. 더이상 바늘로 인한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된다. 해방이다.

 

수혈을 받기 위해 주사실로 갔다. 그곳에는 나와 같은 환자들이 몇 명 있었다. 환자들은 나이를 떠나서 금방 친구가 된다. 무슨 이야기들이 그리 많은지, 하지만 들어도 들어도 그것이 서로에게 많은 위안이 되는가보다.

 

옆에서 수혈을 받던 아주머니가 있었는데, 년배는 우리 어머니정도 같았다. 나와 같은 골수이형성증후군, 아주머니는 IMF때 10억이라는 거액의 돈을 사기 당해서 받았던 충격을 이야기해 주었다. 하지만, 막상 병에 걸려서 죽음이라는 문턱까지 다가선 아주머니는 그때의 그 충격은 아무것도 아니라신다. 건강을 잃고 나니 그때 10억이라는 돈은 지금과는 비교가 안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무엇을 잃고 난 다음에야 정신이 드는 것일까? 잃기 전에 정신을 차린다면 참 좋을텐데 말이다. 건강, 젊음, 기회....... 하지만 이것들은 한 번 지나가면 오지 않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들이다.

 

ㅎㅎ. 내 잃어버린 건강은 언제나 찾을려나. 이제 이식수술을 위한 입원이 며칠 남아 있지 않다. 이식자들은 이식수술을 받는 날이 자신의 제2의 생일이라고 한다. 6월4일이 나의 또다른 생일이 되는 것이다. 내 몸에 있는 잘못된 공장(조혈모세포)은 죽이고 새로운 공장(조혈모세포)를 넣어서 제 가동할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다려진다. 6월4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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