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퇴원하기 위해서 바리바리 가져갔던 짐들을 교회 집사님께서 오셔서 아내와 함께 차로 짐을 날라 주셨다.
퇴원수속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집에 오기 위하여 다시 한 번 침대 주위를 돌아보니 아뿔사~, 세숫대야와 슬리퍼가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아내가 미쳐 챙기지 못해서 남았던 것이다.
막상 세숫대야를 들고 집에 오려고 하자 영~ 폼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탕비실에 가서 큰 종이박스를 가져다가 세숫대야와 슬리퍼를 담아서 오게 되었다.
요긴하게 쓰인 종이박스...집 앞에 오니 이젠 짐이 되어 버렸다.
때마침 집 앞에 폐박스 수집하는 분이 계셨다. 얼른 세숫대야를 꺼내고 이젠 쓸모없어저버린 종이박스를 그 분께 건네 드렸다.
그런데, 내겐 더이상 쓸모 없어진 종이박스를 받는 그 분의 얼굴에선 환한 모습, 그리고 감사하다고 하면서 그것을 받는 것이었다.
나에겐 더 이상 쓸모 없는것, 귀찮은 것이 그 분께는 감사의 조건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 나에게 있는 그 어떤 것도 쓸모 없는 것이 없고 다른 이에게는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삶에 있어서 군더더기는 나에게는 짐이지만, 그 군더더기가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는 생명이 될 수 있음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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