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원을 한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젠 내 몸이 예전같지 않음을 느낀다.
처음에는 실감하지 못했지만 이젠 조금씩 병의 깊이를 알 것 같다.
사람들이 이래서 중병에 걸리면 시름시름 앓다가 조금씩 기운이 쇠하여져서 죽음을 맞이하는가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주일에 한번씩 수혈을 하지 않으면 금새 몸에 증상이 나타난다. 혈소판이 현저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잇몸에서 한 번 출혈이 나면 멈추지 않고 잇몸에서 핏덩이가 되어버리고 몸 여기저기에서는 건들지도 않았는데 실핏줄이 터져서 곳곳이 멍든 흔적이 나타난다. 한 번 멍들면 잘 낫지 않고 조금이라도 상처가 나면 예전처럼 쉬 낫지 않는다. 그것은 백혈구가 보통 사람의 1/5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잘 낫지 않는 것이고 예전엔 가볍게 보던 상처들도 이젠 가볍게 보질 못한다. 조그마한 상처가 감염이 되어 버리면 주체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가기 때문이다.
이젠 모든것이 조심스러워진다. 만나는 사람들도 숨쉬는 공기도 먹는 음식도 어느것 하나 예전처럼 자연스럽지가 못하다.
나에게 늘 당연히 있었던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가 감사거리이고 기쁨이었는데, 그것이 축복이요 즐거움이었는데 잃어 버리고 나서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어리석은 나를 보면서 웃음을 짓는다.
시간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느리게 가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빨리 갈 것이다. 그러나 천국에서의 시간은 이 땅에서의 시간개념과는 비교가 안 될 것이다.
사람들은 죽음을 통해서 사람을 떠나 보내고 이 땅에서 오랜 세월 그 사람을 보질 못함으로 인한 아픔이 있을 수 있겠지만 죽어서 천국간 사람은 천국서 잠깐 웃고 있는 사이 이 땅위 조금 늦게 남은 자들이 어느새 다 천국으로 올라와서 있을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삶과 죽음은 영원이라는 개념속에서 생각한다면 잠시 거쳐 지나가는 관문인 것이다.
시간이라는 선물을 우리는 모두 받은 존재들이다.
그 시간속에서는 가족, 지체,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우리는 살과 살을 부비면서 살아간다.
잠깐이라는 시간속에서도 말이다.
잠깐 사랑하며 살자. 잠깐 용서하며 살자. 잠깐 베풀면서 살자. 잠깐 이해하며 살자.
잠깐 그렇게 살다보면 우리 모두는 천국에서 만날 것이다.
잠깐만 그렇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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