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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고전/천로역정 - 존 번연

제4장. 악마와의 싸움(The Fight with Apollyon)

by 복음과삶 2010. 4. 1.

4장

악마와의 싸움(The Fight with Apollyon)


지체되는 여정

 나는 꿈 속에서 먼동이 터오자 '크리스챤'이 순례의 길을 다시 떠나려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집의 이곳 저곳을 두루 구경한 후에 떠나라며 그 집의 네 아가씨들, '인정', '경건', '신중' 그리고 '분별'이 '크리스챤'을 붙잡는 것이었습니다.

 "날씨가 화창해지면 기쁨의 산을 구경시켜 드릴게요."

 그래서 '크리스챤'은 조금만 더 머물러 있기로 했습니다.


천국으로 가는 길

 아침이 되자 그 아가씨들은 그를 지붕 위로 안내했습니다.

 "저기, 남쪽을 보세요. 저 아름다운 산 꼭대기에 올라가면 천국의 문이 보일 거예요."

 '크리스챤'이 남쪽을 바라보니 정말 아름다운 숲으로 우거진 산이 햇살 속에서 찬란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가씨들의 말을 들은 그는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천국에 들어가기에는 머나먼 길이 남아 있었고, 그 길은 걸어서 가야만 하는 길이었습니다.


'인정'의 질문

 '크리스챤'이 다시 떠나려고 하자 아가씨들은 또 말렸습니다.

 "가족이 있으세요? 결혼은 하셨나요?"

 '인정'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예, 아내와 어린 아이들 넷이 있어요."

 "그런데 왜 부인과 아이들은 데려오지 않으셨어요? 복을 함께 받아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라며 '인정'이 다시 물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크리스챤'

 이 말을 듣자 우리의 순례자 '크리스챤'은 두고 온 가족 생각에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울먹이며 대답했습니다.

 "오! 저는 제 아내와 아이들을 데려오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제 아내는 이 세상의 안락을 빼앗길까 봐 두려워했고, 아이들은 어리석게도 세상적인 쾌락에 빠져 순례의 길을 떠나는 걸 싫어했어요. 저는 그들을 설득하려고 많은 애를 썼지만 그들은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결국 저는 혼자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크리스챤'을 지체시킨 이유

 이젠 정말 모든 질문에 충분히 대답을 했다고 생각한 '크리스챤'은 길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아가씨들이 또 다른 질문을 계속했기에 그는 길을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가씨들은 그에게 무기 창고를 보여 줄 생각으로 그를 못가게 말렸던 것이었습니다.


무기 창고 구경

 무기 창고는 성경에 나오는 무기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모세의 지팡이와 야엘이 시스라를 죽일 때 썼던 말뚝과 방망이, 또 기드온이 미디안 군대와의 싸움에서 사용했던 나팔과 반항아리와 횃불, 그리고 삼손이 사용했던 나귀의 턱뼈와 다윗이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썼던 물매와 돌도 있었습니다. 주님의 일꾼들이 놀라운 일들을 행하는 데 사용했던 이런 물건들을 아가씨들은 '크리스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무장을 한 '크리스챤'

 그리고 아가씨들은 갑옷을 '크리스챤'에게 입혀 주었습니다. 그것은 순례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그 집의 주인이 마련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이는 그가 길을 가다 갑작스런 습격을 당해 위험한 지경에 놓이게 되었을 때 잘 이겨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에게 생명을 지킬 수 있는 투구와 갑옷을 입혀 준 아가씨들은 악독한 자가 찌르는 위험한 창들을 막을 수 있는 믿음직스러운 방패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떠한 것이라도 다 자를 수 있는 신뢰할만한 검도 주었습니다.

 또한 아무리 오래 신어도 결코 닳아 없어지지 않는 신을 마지막으로 신겨 주었습니다.

 아가씨들은 '크리스챤'에게 인간들의 해약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악마의 사악한 간계에 대항하기 위해서 이렇게 무장을 시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믿음'에 대한 소식

 완벽하게 무장을 한 '크리스챤'은 아가씨들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황급히 대문가로 달려가 문지기에게 물었습니다.

 "저, 혹시 이 길을 지나가는 순례자를 보았습니까?"

 "그렇소. 어떤 순례자가 지나가는 걸 보았다오."

 "혹 그가 누구인지 알고 계신가요?"

 "그에게 이름을 물어 보았더니 그는 자기의 이름이 '믿음'이라고 하더군요." 문지기가 대답했습니다.

 "아! 그렇다면 그는 내 고향 사람일 겁니다. 지금쯤 그는 얼마만큼이나 앞서 가고 있을까요?"

 "지금쯤 아마 산 언덕 아래쯤에 도착했을 거요." 친절하게 가르쳐 준 문지기에게 '크리스챤'은

 "혹 빨리 서두르면 그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당신께 주님의 축복이 임하시길 바랍니다."라는 말을 남기고는 멈췄던 걸음을 다시 재촉했습니다.


겸손의 골짜기에 도착한 '크리스챤'

 그러나 '크리스챤'은 그 날 '겸손의 골짜기'라 불리는 외딴 곳에 오게 되었을 뿐, '믿음'을 따라 잡지는 못했습니다. 그 골짜기에서 '크리스챤'은 네 명의 아가씨들이 준 빵과 포도주와 건포도를 먹은 후 한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이제 곧 어려운 일이 닥칠 것 같군." 그는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나타난 괴물의 형체

 그 때 갑자기 태양이 가리워지며 칠흑같은 어두움이 '크리스챤'의 주위에 짙게 깔렸습니다.

 '대체 무슨 일일까?' 그런데 그 때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괴물의 커다란 그림자를 발견하고는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괴물의 키는 3m가 훨씬 더 넘는 것 같았고, 점점 그 모습이 뚜렷해짐에 따라 무시무시한 형체를 드러내었습니다. 그 괴물은 물고기처럼 비늘에 덮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용의 것과 흡사한 날개와 곰의 발같이 생긴 커다란 발을 가지고 있었고, 배에서는 연기와 불이 계속 솟아 나오고 있었습니다.


괴물 '악마'와의 대결

 '크리스챤'은 그 괴물을 보자마자 그를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괴물의 이름은 '악마'였습니다. '크리스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도망을 가야 할지, 아니면 당당하게 '악마'에게 대항해야 할지를 판단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도망을 가게 되면 무기를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그것은 '악마'에게 약점을 보이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크리스챤'은 '악마'와 당당하게 싸우기로 결심했습니다.


악마의 교만

 '악마'는 굉장히 가까운 곳까지 다가와서는, 업신여기는 표정으로 '크리스챤'을 내려다 보며 묻기 시작했습니다.

 "너는 어디에서 온 놈이냐?"

 "나는 타락한 도시인 '멸망의 도시'에서 왔다."

라고 '크리스챤'은 말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너는 내 수중에 있어야 할 놈들 중의 한 놈이구나. 그 도시는 나의 것이고 나는 바로 그 도시의 왕이란 말이다. 그런데 네 놈은 왜 그 도시에서 도망쳐 이 먼 곳까지 왔느냐?"

 "물론 나는 그 도시에서 태어났지만 이제는 하나님께 충성을 바친 몸이다. 그런데 그런 내가 어떻게 너의 지배를 다시 받는단 말이냐?"


'악마'의 회유(懷柔)

 "그러나 너는 과거에 나에게도 충성을 바쳤었다. 지금이라도 뉘우치고 나에게 용서를 빈다면 너의 모든 잘못들을 용서하여 줄 것이다." 싸우는 소리를 듣고 도와주러 오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습니다.

 "내가 진심으로 말하건대 나는 네게 충성하는 것보다 그분께 봉사하고 충성을 바치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하고 있다. 내가 너에게 충성을 바쳤던 건 단지 어리석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게 말은 하지만 이미 너는 하나님께 충실하지 못했었다. 넌 '낙심의 수렁'에도 빠졌었고 정자에서 잠들어 버려 두루마리를 잃어버리기도 했지 않았는가? 너는 속으로는 세상의 헛된 영광을 추구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악마'의 반박에 '크리스챤'은

 "물론 나는 과거에 그런 잘못을 저질렀었다. 그러나 내가 섬기는 왕께서는 자비하신 분이시기에 내가 뉘우치고 용서를 빈다면 나의 모든 잘못을 용서해 주실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악마'의 정체

 "나는 네가 좋아하고 섬긴다는 그 왕의 성품과 율법, 그리고 그의 백성들을 증오한다. 그는 나의 원수이다. 더군다나 자기 백성을 빼앗기려 할 왕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결코 너를 빼앗기지 않겠다. 이제라도 돌이켜서 다시 내게 충성을 바쳐라. 그러면 너에게 두 배로 보상을 해 주겠다."

 '악마'가 '크리스챤'을 설득했지만 '크리스챤'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나는 너를 따르게 되면 결국에는 어떻게 될지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너는 멸망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네 밑에 있는 자들도 결국은 죽음의 삯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자 '악마'는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쳤습니다.

 "네가 이제까지 한 말이 진심이라면, 넌 이제 내 손에 죽을 준비나 하여라!"


'크리스챤'의 용기

 "'악마'! 함부로 행동하지 말아라! 나는 지금 거룩한 순례의 길을 가고 있는 중임을 잊지 말아라! 그러므로 너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라고 '크리스챤'도 외쳤습니다. 그러나 '악마'는 끝까지 길을 막고 버티어 서서 '크리스챤'의 앞길을 방해했습니다.

 "나는 네가 가는 순례의 길을 중지시키겠다고 이미 지옥에서 맹세를 했었다. 자, 그렇게 고집을 부리니 이제 여기에서 네 영혼을 끝장내주마!"


전투의 시작

 이 말과 동시에 '악마'는 '크리스챤'에게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창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크리스챤'에게는 믿음직스러운 방패가 있었기에 그 창을 능히 막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제 '크리스챤'도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는 재빨리 신뢰할 만한 칼을 빼들었습니다.

 그러자 '악마'가 더욱 가까이 '크리스챤'에게 접근해 왔습니다. 그리고는 창을 우박이 쏟아지듯 사정없이 퍼부었습니다.


부상당한 '크리스챤'의 기대

 필사적인 노력을 다해 그 창들을 막아보려 했지만 허사였습니다. 그가 입은 새 갑옷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크리스챤'은 손과 발, 그리고 머리에 부상을 당해 땅에 쓰러질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챤'은 끝까지 남자로서의 용기를 붙잡고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크리스챤'은 혹 지나가는 여행자가 싸우는 소리를 듣고 도와주러 오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근방 사람들은 모두 겁쟁이였습니다. 그들 중 아무도 '크리스챤'을 도와주러 오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악마'와 대결하는 것보다는 넓고 편안한 길로 돌아가는 것을 택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전투의 상황

 '크리스챤'과 '악마'와의 싸움은 거의 반나절이나 계속되었습니다.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그곳에서 그 광경을 직접 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조차 못할 것입니다. '악마'가 얼마나 크게 괴성을 질렀으며, '크리스챤'은 얼마나 많은 신음소리를 토해냈는지를 말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알아야만 합니다.

 '크리스챤'은 몸에 상처를 많이 입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힘을 잃어 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악마'의 우세

 이러한 기회를 포착한 '악마'는 '크리스챤'에게 바짝 접근해 왔습니다. 그리고는 그를 아주 세게 밀어뜨렸습니다.

 그 순간 '크리스챤'은 그만 칼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악마'는 "이제는 너도 끝장이다."라고 소리치더니 '크리스챤'을 엎어 놓고는 꼼짝 못하도록 등을 내리눌렀습니다. '크리스챤'은 이제 거의 숨도 쉬지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크리스챤'의 반격

 그러나 '악마'가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그 순간이었습니다. 자비로우신 하나님께서는 '크리스챤'으로 손을 뻗쳐 떨어뜨린 칼을 집게 하셨습니다. '크리스챤'은 외쳤습니다.

 "'악마야! 나를 이겼다고 기뻐하지 말아라. 나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반드시 일어선다." 그리고는 온 힘을 다해 '악마'를 찔렀습니다.


'크리스챤'에게 승리를 주신 하나님

 '악마'는 '크리스챤'의 반격에 치명상을 입은 듯 아주 무시무시한 신음소리를 내며 비틀거렸습니다.

 '악마'는 피를 많이 흘리면서 용의 날개 같은 자신의 날개를 활짝 펴고는 멀리 날아갔습니다. 그 모습을 본 '크리스챤'의 얼굴엔 미소가 나타났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토록 치열했던 싸움은 이제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크리스챤'은 끝까지 힘을 주시고 또한 자신을 구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생명나무를 통한 상처 치유

 그러나 싸움은 비록 이겼지만 '크리스챤' 역시 상처를 많이 입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만약 그가 피를 너무 많이 흘린 나머지 죽게 된다면 승리를 한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승리케 하신 하나님께서는 끝까지 자비하심으로 그를 돌보셨습니다. 그래서 그를 어떤 나무 아래로 인도하셨는데, 그 나무는 바로 생명나무였습니다. '크리스챤'은 그 나무의 잎을 따서 상처에 발랐습니다. 그랬더니 상처들이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그는 기운을 차린 후 '아름다움'이라는 성의 아가씨들이 주었던 그 포도주와 빵을 다시 꺼내 먹었습니다.


겸손의 골짜기를 벗어나는 '크리스챤'

 이제 새로운 힘을 얻은 그는 골짜기 끝을 향해 여행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는 그 생명나무 밑에다 투구와 갑옷을 다 벗어 두고 왔습니다. 그렇지만 신뢰할만한 칼만은 손에 꼭 쥐고 있었습니다.

 "'악마' 말고도 또 다른 적들이 나타날지도 몰라."

라고 그는 중얼거렸습니다.

 정말로 그가 생각했던 대로 그의 앞에는 몹시 나쁜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