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죽음이 드리워진 골짜기
(The Valley of the Shadow of Death)
죽음이 드리워진 골짜기의 모습
나는 꿈 속에서 '악마'와의 그 치열한 싸움이 있었던 겸손의 골짜기에서 또다른 골짜기로 들어가는 '크리스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골짜기는 물조차도 모두 말라서 황량했으며,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어서 그런지 마치 죽음의 침묵과도 같은 성적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그 골짜기는 '크리스챤'이 가 본 그 어떤 곳보다도 가장 어둡고 음침한 골짜기였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크리스챤'은 '악마'와의 싸움보다도 더 어렵고 힘든 시험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시험의 시작
이 새로운 골짜기에서의 시험은 음침한 나무숲에서 갑자기 두 사람이 뛰쳐나오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돌아가시오. 더 이상 가지 말고 돌아가시오."
"왜요? 왜 돌아가라는 겁니까?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두 사람의 경고
"무슨 일이냐구요? 생각하기도 끔찍해요. 골짜기가 워낙 칠흑같이 캄캄한 데다가, 그곳에 들어갔다 나오는 길을 찾지 못한 저주받은 자들의 신음소리만이 가득할 뿐이라오. 아주 혼돈스럽고 으시시한 골짜기라오. 질서나 광명같은 것은 찾아볼 수도 없어요. 어쨌든 이 골짜기는 죽음의 그림자로 가득 덮여 있는 골짜기라오."
"그렇지만 이 골짜기를 지나지 않고서는 천국으로 갈 수가 없지 않습니까?"라고 '크리스챤'이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당신 마음대로 하시오. 하지만 우리가 당신이라면 절대로 그 길로는 가지 않을 거요."
이 말을 마친 두 사람은 공포에 사로잡혀 '크리스챤'에게 손을 흔들고는 쏜살같이 달려갔습니다.
'크리스챤'이 걸어가야 할 길의 상태
두 사람의 경고를 듣기는 했지만 '크리스챤'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손에 칼을 든 채로 한 걸음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점점 앞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길은 급격하게 좁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좁은 길의 오른편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아주 깊은 도랑이 있었습니다. 그 도랑은 셀 수도 없을 만큼의 많은 사람들이, 빠진 후 헤어나오지 못해 비참한 최후를 맞은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크리스챤'의 왼편으로는 아주 위험한 늪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한번 빠져 들어가기 시작하면 발을 딛고 설 수 있는 자리를 결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한번 빨려 들어가면 다시는 빠져 나올 수가 없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어두움으로 인해 가중되는 위험
또한 그 주변 전체는 한치 앞도 못 볼 정도로 캄캄했기 때문에 '크리스챤'이 왼편의 늪을 피하려고 움직이면 어느 새 오른편에 있는 도랑에 빠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크리스챤'은 다음에 내딛는 발걸음이 그의 마지막 발걸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다른 시험의 시작
그런데 어느 정도 가다 보니 그 길의 앞쪽에서 타오르는 불빛이 보였습니다. 불빛을 발견한 '크리스챤'은 이제는 힘겨운 시험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챤'이 그렇게도 기뻐했던 그 불빛은 바로 지옥의 입구로부터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는 지옥의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연기가 솟아나오고 있었습니다. 또한 음산한 소리들로 가득 차 있었으며, 웅웅거리는 부산한 날개짓 소리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낙담하는 '크리스챤'
이런 상황이었기에 '악마'와 싸울 때 '크리스챤'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었던 그 신뢰할 만한 칼도 여기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순간 순간 '크리스챤'은 그것들의 강한 힘에 의해 자신이 지옥의 깊고 깊은 바닥으로 떨어져, 그곳에서 영원히 고통속에 괴로워하게 되지나 않을까 두려워하였습니다.
각오를 새롭게 하는 '크리스챤'
여기저기서 웅웅거리며 귀를 울리는 이같은 소리들은 '크리스챤'이 이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낙심하며 돌아가게 되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계속해서 따라왔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그는 생각했습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아마 이 골짜기의 절반 가량은 왔을 거야. 그리고 되돌아가는 길도 앞에 있는 위험만큼이나 많은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몰라.'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나아가기로 마음 먹고는 칠흑같은 어둠을 향해 비장한 목소릴로 외쳤습니다.
"나는 주 하나님의 능력을 위지하며 당당히 나아 가리라."
그러자 그 소리들이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힘든 시험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마귀 가운데 하나가 '크리스챤'의 귀에 대고 사악한 말들을 속삭이기 시작했습니다. '크리스챤'은 그 말들이 자기의 마음 속에서 나오는 소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자신이 그런 사악한 생각들을 한다는 것이 그에게 있어서는 그가 겪은 그 어떤 어려움보다도 더 힘들고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그가 어찌나 괴로워하는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크리스챤'이 용기를 얻게 된 이유
바로 그 순간 '크리스챤'은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의 앞에 가는 어떤 사람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내가 비록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해 받음을 두려워 하지 않나니 이는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그 소리를 듣고 그는 곧 다음과 같은 세가지 이유 때문에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 이 골짜기 안에 자기 외에도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둘째,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 하신다는 것이었는데, 그렇다면 자신과도 함께 하실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셋재, 그는 자신의 앞에 가는 자들을 빨리 뒤쫓아 그들의 대열에 동참하게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둠을 물리치는 빛
이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크리스챤'은 자신의 뒤를 돌아볼 용기가 났습니다. 그는 밝은 햇빛을 통해 그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자신에게 위협을 가했던 지옥의 괴물들과 용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날이 이미 밝아졌기 때문에 그것들은 '크리스챤'에게 위협을 가할 수가 없었습니다.
'크리스챤'은 성경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망의 그늘로 아침이 되게 하셨도다."
날이 밝은 것은 '크리스챤'에게 또 다른 위로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지나온 죽음이 드리워진 골짜기의 앞 부분도 매우 위험했지만, 이제 계속 가야할 골짜기의 남은 부분은 더 위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중되는 골짜기에서의 위기
그는 자신의 앞쪽에 뻗어있는 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길 주변에는 수렁과 함정과 올가미가 산재해 있었습니다. 만약 날이 어두웠었다면 결코 살아나올 수 없을 것처럼 그것들은 아주 위험해 보였습니다. 실제로 그는 올가미에 걸려 들었던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그의 신뢰할만한 칼이 그를 구해 주었으며, 두 번씩이나 함정 속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그의 다리를 붙잡으려 해 함정 속에 빠질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가 걸을 때마다 땅이 푹푹 꺼졌고 그럴 때마다 그는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곤 했었습니다.
순례자들이 죽임을 당한 동굴
나는 꿈 속에서 '크리스챤'이 죽음이 드리워진 골짜기를 이제 막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는 끔찍할 정도로 무서운 곳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 곳에는 동굴이 하나 있었는데 그 동굴 입구에는 순례자들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해골 더미와 뼈들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그가 좀더 자세히 보려고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어떤 손이 달려들더니 그의 목을 조르려 하였습니다. 너무나 무섭고 놀라서 '크리스챤'은 순간적으로 뒤로 물러났습니다.
악한 두 거인들의 말로(末路)
그 동굴에는 거인 둘이 살고 있었습니다. 둥굴 주위에 흩어져 있는 해골과 뼈들로 보아 그 거인들은 지나가는 순례자들을 잡아 그들의 피를 먹었던 것 같기도 했습니다. 둘 중 하나는 이미 오래 전에 죽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이교도'라고 불리웠는데 아직 살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거인은 나이를 하도 많이 먹어서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동굴 입구에 앉아 지나가는 순례자들을 못살게 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자기 손톱만 물어뜯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크리스챤'은 더 이상 방해받지 않고 그의 발길을 재촉할 수가 있었습니다.
'믿음'과의 만남
그런데 부지런히 길을 가다 보니 앞에 어떤 사람이 보였습니다. 그는 마치 목숨이라도 건 듯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크리스챤'은 그 사람이 '아름다움'의 성에서 문지기가 말해 주었던 바로 그 '믿음' 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공포에 사로잡힌 '믿음'의 질주
"이봐요! 잠깐만 기다려요!"라고 '크리스챤'이 불렀으나 '믿음'은 더욱 빨리 달려가며 큰 소리로 외칠 뿐이었습니다.
"나는 목숨을 다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에요. 내 원수가 지금 내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어요!"
그는 골짜기를 빠져 나오면서 많은 일들을 겪은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혀 거의 정신을 잃어가는 듯했습니다.
'믿음'의 지난 여정
그렇지만 '크리스챤'은 남아있는 모든 힘을 다해 '믿음'을 따라 잡았습니다. 그리고는 그를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그들은 곧 서로 친해져서 각자가 여행 도중에 겪었던 위험과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믿음'은 '낙심의 수렁'에서는 빠지지 않고 잘 피해온 듯했습니다. 그러나 '바람둥이'라는 음란한 여자를 만나서는 주저앉을 뻔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악마'와는 싸우지 않았습니다.
'멸망의 도시'에 대한 뒷 얘기
"'믿음'씨! 당신은 내가 '멸망의 도시'를 떠난 뒤 얼마나 더 그곳에 머물러 있었나요?"
"그렇게 오래 있지 않았어요. 당신이 떠난 후에 하늘에서 불이 떨어져 모두 불타버릴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었거든요."
"그래요? 이웃사람들도 그렇게 말하던가요?"
"예. 한동안은 모두 그 얘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죠."
"아니, 그런데도 당신만 그곳을 떠났단 말인가요? 다른 사람들은 그 위험 속에서 빠져 나오려고 하지도 않았구요?"
"그랬어요. 모두가 그 얘기를 하긴 했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더군다나 몇 명은 당신과 당신의 순례 여행을 어리석다는 듯 비웃기도 했답니다."
'전도자'와의 세 번째 만남
그들은 계속해서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갑자기 '믿음'이 그들 뒤에서 쫓아오는 어떤 사람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신, 당신은 누구시오?"
'믿음'은 공포에 사로잡혀 소리질렀습니다. '크리스챤'은 '믿음'을 안심시키며 설명했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저 사람은 나를 도와준 선한 친구 '전도자'예요."
'전도자'가 온 목적
'전도자'는 그의 임무인 적절한 주의를 주기 위해서 온 것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왔다고 해서 악마의 소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안심해서는 안됩니다. 성경에서는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많은 시련을 견뎌내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라고 '전도자'는 그들에게 주위를 주었습니다.
순교에 대한 '전도자'의 권면
그리고는 '전도자'가 한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당신들은 이제 곧 어느 한 도시에 다다르게 될 것이오. 저쪽으로 가면 그 도시가 나올 겁니다. 그 도시 이름은 '허영의 도시'라고 하는데, 당신들은 그 곳에서 많은 대적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오."
이에 덧붙여 '전도자'는 두 사람을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그들의 풍습과 생활에 유혹되지 않도록 주의하시오. 그리고 오직 신실하신 하나님께 그대들의 영혼을 맡기도록 하시오. 왜냐하면 그대들 중의 한 명은 그곳에서 고통스럽게 죽을 것이기 때문이오."
이말을 마치고는 '전도자'는 급히 떠나 갔습니다.
가야할 순교의 길
'전도자'가 떠난 후에도 '크리스챤'과 '믿음'은 전도자의 말에 얼떨떨하여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도대체 우리 중 누가 죽는다는 말이죠?"
그들은 몹시도 궁금해 했지만 그것을 알 길은 없었습니다. 그것은 다만 계속 길을 가야만이 알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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