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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고전/천로역정 - 존 번연

제6장. 허영의 도시(Vanity Fair)

by 복음과삶 2010. 4. 6.

제6장

허영의 도시(Vanity Fair)


'허영의 도시'에 도착한 '크리스챤'과 '믿음'

 꿈 속에서 '크리스챤'과 '믿음'이 '전도자'가 말한 '허영의 도시'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들은 그 곳에서 일년 중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장(場)이 서는 '허영의 시장'의 시끌벅적한 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허영의 시장'의 정황

 대부분의 시장은 활기가 넘치고 즐거운 장소이나 이 시장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둘 중 한명은 이곳에서 죽임을 당해야 할 운명이었기 때문에, 우리의 순례자들에게도 결코 유쾌한 장소가 될 수 없었습니다.

 비교적 볼품없고 중요하지 않은 다른 시장들이 그러하듯 '허영의 시장' 거리들도 여러 나라들의 이름들로 불려지고 있었습니다. 그 곳에는 프랑스 거리, 이태리 거리, 그리고 영국 거리가 있었는데, 제 각각의 여러 상품들이 매매되고 있었습니다.


매매되고 있는 상품의 종류

 세상의 어리석고 헛된 것들을 진열해 놓은 상점들이 줄지어 서 있었으며, 그곳에서는 금과 은 등으로 만든 장신구들과 골동품들, 그리고 아름다운 돌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직위와 명예,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는 혜택과 헛된 쾌락, 그리고 온갖 종류의 헛된 즐거움들까지도 살 수 있었습니다.


시장 사람들의 타락상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 중에는 사기꾼들과 강도들, 돌팔이 의사들도 있었습니다.

 그 시장 사람들은 살인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 때문에 살인도 도둑질 정도로 아주 흔한 일이라고들 말하고 있었습니다. 시장은 그야말로 무서운 저주들로 가득찬 분위기였습니다. 이 시장에서는 새로 만드는 것은 전혀 없었으며 늘 판에 박은 듯이 흔한 것들만이 있었습니다.


바알세불이 '허영의 시장'을 세운 이유

 천년보다도 훨씬 이전부터 수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거쳐 천국으로 들어 갔었습니다. '악마'와 군대 귀신과 그들의 부하들, 그리고 지옥의 왕인 바알세불은 순례의 길이 이 '허영의 도시'를 지나야만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이 시장을 세운 것이었습니다. 천국으로 가고자 하는 사람이 이 시장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게 되면 그는 세상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허영의 시장'에서의 수난 시작

 천국에 들어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길이기에 '크리스챤'과 '믿음'도 이 '허영의 시장'을 지나야만 했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의 눈에 뜨이지 않고 지나가기 위해 옷깃을 세워 얼굴을 가렸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금방 그들을 알아보았습니다.

 '크리스챤'과 '믿음'을 발견한 그들은 두 사람의 이상스러운 옷차림과 외국어 말투를 조롱했습니다.


시장 사람들의 부당한 분노

 그리고는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당신들은 왜 우리 물건들을 사려하지 않는 거요? 어서 사시오! 사란 말이요, 사!"

 두 사람은 "우리는 헛되지 않은 참된 것만을 삽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귀를 막고 헛된 것에 눈이 현혹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선을 멀리 두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시장 사람들은 점점 더 맹렬하게 화를 냈습니다. 그로 인해 아주 시끄러운 소동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감옥에 갇힌 두 순례자

 이 소동은 곧 이 도시의 시장(市長)에게 알려졌습니다. 시장은 두 순례자를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의 평화를 위협했다는 죄목을 씌워 그들을 체포하도록 부하들에게 명령했고, 그들의 무기도 빼앗도록 조처했습니다.

 '크리스챤'과 '믿음'의 발에는 쇠고랑이 채워졌습니다. 그 상태로 그들은 우리에 갇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한동안 감옥에 갇혀 사람들의 조롱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두 순례자의 현명한 대응

그러나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격려하면서 주님을 의지하도록 하였으며 매우 현명한 자답게 행동했습니다. 행인들의 독설에도 선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멸시와 저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리어 그들의 행복을 빌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시장 사람들은 그런 그들의 태도에 더욱 화가 났습니다.


법정에 서게 된 순례자들

그래서 '크리스챤'과 ' 믿음'을 법정의 재판에 올려놓으려고 욕설을 퍼부으며 아우성쳤습니다.

드디어 그들은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재판관은 '증오'라는 이름의 늙은 사람이었습니다. 재판 중에 증인들이 차례로 불리워졌습니다.


'시기'의 첫 번째 증언

첫 번째 증인은 '시기'였는데, 그는 한참동안 두 사람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더니 '믿음'을 지목하며 말했습니다.

 "재판장님, 저는 이 사람을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었습니다(그는 시작부터가 거짓말이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야비한 자가 이 '믿음'이라는 자라고 생각합니다."


'미신'의 두 번째 증언

 그의 뒤를 이어 두 번째 증인인 '미신'이 증언했습니다.

 "저는 이 사악한 자에 대해 들은 적도, 본 적도 없거니와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 자와 잠시 대화를 나누어 보았는데 헛된 소리만 지껄이지 뭡니까! 아, 글세 우리의 절대적인 종교를 쓸데없는 것이라 매도했습니다."


'아부'의 마지막 증언

 이제 마지막 증인인 '아부'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가 일어서더니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이 안에 계신 여러분들, 저도 역시 이자가 무례한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는 우리가 받들어 모시는 바알세불과 그의 절친한 동료인 '사치'와 '호색', 그리고 '탐욕' 각하를 업신여겼습니다. 또한 감히 이런 말씀 드리기는 송구하지만 재판장님께도 '공정을 잃은 악한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곤경에 빠진 '믿음'

 이렇게 세 증인의 증언이 끝나자 '믿음'은 더욱 난처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그를 향해 재판관이 가혹하게 말했습니다.

 "당신도 이들의 증언을 들었겠죠? 이들 세 증인은 참으로 정직한 자들이오. 이제 당신이 불랑배라는 것이 모든 사람 앞에 여실히 드러났소.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의 호의를 최대한 보일 작정이오. 할 말이 있으면 모두 해보시오."


'믿음'의 최후 진술

 이 말에 '믿음'은 담대하게 서서 말했습니다.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신들이 신봉하는 법과 종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것이며 기독교와도 서로 어긋난 것입니다. 나의 말에 반박할 자가 있다면 즉시 내가 한 말을 취소하겠소. 또한 '아부' 씨가 진술한 내용에 덧붙이죠. 당신의 왕이나 그 아래 있는 사람들은 이 도시에 있는 것보다 지옥에 있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소. 나의 영혼은 자비하신 주님이 지켜 주실 것이오!"


재판의 결과

 '믿음'의 말이 끝나자 판결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재판관은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도록 메데와 페르시아 사람들의 법에서 많은 부분들을 인용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배심원들을 불러 재판의 결과를 알아 보았습니다.

 '소경'이라는 배심원이 말했습니다.

 "이 자는 분명 이단자입니다."

 '불량배'는

 "저 자를 멀리 추방시켜 버립시다."

라고 말했습니다. 또 '앙심'은

 "그렇게 합시다. 난 저놈 꼴도 보기 싫소."

라고 말했습니다.

 또 '교만'이라는 자는

 "불쌍한 사람이로구만"

이라 말하였고, '조급'이란 배심원은

 "당장 저자를 목매달아 죽입시다. 목매달자구요!"

라고 외쳤습니다.

 "그 자를 목매다는 것은 너무나 과분한 처사입니다."

라고 '잔인'이 말했습니다.

 결국 그들이 '믿음'에 대해 내린 판결은 유죄였습니다.


순교한 '믿음'의 천국 입성

 그리고는 '믿음'에게 경멸과 조롱섞인 말을 내뱉은 뒤 화형을 시키고야 말았습니다.

 그것이 '믿음'의 최후였습니다.

 나는 꿈 속에서 수많은 군중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 뒤에서 '믿음'을 기다리고 있는 마차와 말들을 보았습니다. '믿음'은 죽자마자 마차에 실려졌고,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는 하늘로 올리워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결국 그의 친구 '크리스챤'보다 먼저 천국에 갔습니다. 그리고 그는 비록 죽었으나 하나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면류관을 얻게 될 것입니다.


'소망'의 결단과 재개된 순례 여정

 이같은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크리스챤'은 과연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요?

 '허영의 도시' 안에는 '소망'이라는 한 선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순례자들의 행동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허영의 도시' 사람들은 '믿음' 의 사건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그러나 '소망'은 참으로 꿈 속에서나 있을법한 아주 중대한 결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크리스챤'을 감옥에서 풀어 주어 그를 자유롭게 하기 위한 일이었고, 결국 그는 그 일을 성공시켰습니다. 그리하여 '크리스챤'과 '소망'은 순례의 여정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크리스챤'의 분별력있는 선택

 그들이 '언변 도시' 부근에 이르렀을 때였습니다.

 "저희들도 당신들처럼 천국으로 가는 중이랍니다. 당신들과 함께 갈 수 있다면 정말 기쁘겠어요."라며 그곳 주민 네 명이 다가와서는 공손하게 요청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소망'은 그렇게 하라고 쾌히 승낙을 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챤'은 그 사람들의 도시에 대한 소문을 전에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크리스챤'이 알고 있기로는 그곳은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곳이었으며, 신앙 생활도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또한 '크리스챤'은 그 넷 중 한 사람이 굉장히 많은 부자 친척들과 있으며, '가장'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기도 한 '사심(私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그 '사심'은 '위선'과 '재물 애착'이란 사람들과 친구로 지내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크리스챤'은 '소망'에게

 "나는 저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가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아주 질이 안 좋은 사람들이거든요."라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크리스챤'과 '소망'이 같이 가기를 거절하자 그들은 가로질러 앞서 가버렸습니다.


'재물'의 유혹

 조금 더 가다 보니 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재물'이라는 언덕이 하나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선동'이라는 남자가

 "이것 보세요. 이리로 좀 와 보세요. 여기 은광이 있어요! 조금만 애를 쓴다면 당신들은 큰 부자가 될 거예요."라고 소리치는 것이었습니다.


유혹을 이겨내는 '크리스챤'

 그 말에 '소망'은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그렇지만 '크리스챤'은

 "나는 전에 이곳이 매우 위험한 장소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러니 어서 갑시다."

하며 '소망'을 재촉했습니다.

 '크리스챤'의 말에 '선동'은 무안해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니에요. 결코 위험하지 않답니다."

라며 거짓말을 계속 했습니다.

 

'재물'의 유혹에 빠진 자들의 말로(末路)

 그 때 저편에서 '언변 도시'의 주민들이 오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선동'은 또 그들을 유혹하였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쫓아갔습니다. 은광을 보자 그들은 은을 파낼 수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흥분하였습니다. 그들은 외쳤습니다.

 "우리를 빨리 은광으로 인도해 주시오."

 그러나 그들은 탐욕에 젖어 은광쪽을 바라보느라 길에는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들은 발을 헛디뎌 벼랑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고, 그곳에서 나오는 유독 가스에 질식하여 죽고 말았습니다.


'크리스챤'의 실수에 대한 예고

 '크리스챤'은 그들과는 달리 매우 신중하게 순례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러나 그는 점점 지쳐갔고, 사리를 분별하는 능력도 시간이 흐를수록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제 곧 중대한 실수를 범하게 될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