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암흑의 강(The Dark River)
'기쁨의 산맥'에서 변화된 '크리스챤'과 '소망'
이제 '크리스챤'과 그의 다정한 친구 '소망'은 '기쁨의 산맥'이란 곳에 도착했습니다. 그 산맥을 보니 옛날에 '아름다움'이라는 성에서 보았던 바로 그 산맥이었습니다.
'불신의 성'의 지하 감옥에서 지치고 더럽혀진 그들은 산맥에서 나오는 물로 온 몸을 깨끗이 씻었습니다. 그리고 과일 나무에 달려있는 온갖 과일들을 마음대로 따 먹었습니다. 그들은 이곳에서 거룩하게 변화될 수 있었습니다.
목자들의 도움을 바라다 본 '시온성'
'크리스챤'과 '소망'은 길을 걷다 양을 치는 목자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그 양들을 아주 친절하게 산꼭대기까지 인도하고 있었습니다. 그 목자들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곳에서 이 망원경을 통해 보십시오. '시온성'이 아주 희미하게 나마 보일 것입니다."
'크리스챤'과 '소망'은 망원경을 통해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망원경 속으로 보이는 것이 황금의 문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꿈속에서 그들이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지팡이에 기대고 서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앞으로 가야 할 순례의 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목자들이 두 가지 주의사항을 말해 주었습니다.
첫째, 당신들에게 지나친 친절을 베풀며 아첨하는 자들을 주의하시오.
둘째, 마법에 걸린 땅을 조심해서 지나가시오.
'무지'라는 꼬마의 아집
'크리스챤'과 '소망'은 목자들을 떠나 계속해서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들은 꼬불꼬불한 샛길에서 나오는 아주 명랑한 꼬마를 만났습니다. 그 꼬마의 이름은 '무지'였습니다. 그는 아침 무렵에 '교만의 나라'를 떠나 '시온성'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크리스챤'이 꼬마에게 타이르며 말했습니다.
"얘야, '시온성'에 가려면 이 좁은 문을 통해서 들어와야 한단다. 넌 이곳으로 오지 않고 샛길로 들어왔어."
"그렇지만 나는 다시 되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그 꼬마가 대답했습니다.
'크리스챤'은 "그렇다면 넌 천국의 문에 들어가기 위해 보여줄만한 것을 가지고 있니? 두루마리는 지니고 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아니요. 그런거 필요없어요."
"그런 것들이 없으면 넌 도둑이나 강도로 취급받을 텐데."라고 '크리스챤'은 경고했습니다.
그러자 그 '무지'라는 꼬마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저씨들은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군요. 전 제가 믿는 종교를 따를테니 아저씨들은 아저씨네 종교나 잘 믿으세요."
꼬마는 '크리스챤'의 말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그들은 뒤따라오는 그 꼬마를 상관하지 않고 길을 계속 걸어갔습니다.
어느 흰 옷 입은 사람의 친절
한참을 걷다 보니 두갈래 길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어느 길을 선택해야할지 몰라 한참이나 망설였습니다. 그러던 중 그들은 천사처럼 보이는 흰 옷 입은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금 '천성문'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그에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흰 옷 입은 사람은 "마침 잘 되었소. 나도 지금 그곳으로 가는 길이니 나를 따라오시오. 내가 인도하겠소."라고 아주 친절하게 말했습니다.
그물에 걸려든 두 순례자
그러나 그가 인도하는 길은 굉장히 험했고 구불구불 굽어져 있었습니다. 그들은 당장에 그 길이 잘못 들어선 길임을 깨달았습니다.
"아니, 이 길은 옳은 길이 아니잖소."라고 그들이 말하며 중단하려고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왜냐하면 숨겨져 있던 그물에 걸려들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그 그물을 빠져 나오려고 하면 할수록 더 얽혀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친절하게 대했던 흰 옷 입은 사람은 드디어 자기 옷을 벗어 버리고 정체를 드러냈습니다. 알고 보니 그는 아주 간사한 자였습니다. 그는 그물에 걸려있는 그들을 멸시하며 조롱했습니다.
그물의 위험에서 구출된 두 순례자
만약 그물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그들을 어떤 광채를 띤 자가 나타나서 그물을 잘라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하루종일 고생을 했을 것입니다.
"아첨하는 자들을 주의하라고 어떤 사람이 일러주지 않았습니까?
광채를 띤 자가 물었습니다. '크리스챤'은
"양을 치고 있던 목자들이 말해 주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친절히 말하고 행동하는 그 자가 아첨하는 자인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무신론자'의 천국에 대한 불신
그들은 또다시 그들이 가던 옳은 길로 되돌아갔습니다. 뒤에서는 '무지'라는 꼬마가 계속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행중에 그들은 또다른 여행자를 만났습니다. '무신론자'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그들의 여행하는 목적을 듣고는 크게 비웃으며 말했습니다.
"참 딱도 하구료. 당신들이 얼마나 멍청한지 모르겠소. 이처럼 어렵고 힘든 여행을 하면서 결국에는 얻는 것이 하나도 없을 텐데,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왜 우리가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시죠?"
"왜냐구요? 천국이란 곳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나는 지난 20년 동안 천국을 찾느라 헤매고 다녔어요. 하지만 그런 곳은 그 어떤 곳에도 없더군요."라고 그 '무신론자'는 대답하고 나서 다른 길로 갔습니다.
그러나 '크리스챤'과 '소망'은 목자들이 준 망원경을 통해서 그곳을 보았기 때문에 천국에 대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마법의 땅'에서의 위기
나는 그들이 어떤 계곡을 걸으면서 점점 피곤해하고 나른해하는 모습을 꿈 속에서 보았습니다. 그곳의 공기는 무척이나 습하고 탁했으며, 주변은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길을 걷던 그들은 자꾸 하품을 하며 졸기 시작했습니다.
"자꾸 눈이 감겨요. 우리 잠시 여기서 자고 갑시다. 피곤할 때 수면만큼 좋은 휴식은 없다구요. 잠깐 눈좀 붙이고 나면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을 거예요." 라고 '소망'이 말했습니다.
'크리스챤'은 "큰일날 소리 하지 말아요. 만약 우리가 여기서 잠들게 되면 우리는 영영 깨어날 수 없어요. 여기가 바로 목자들이 말해 준 '마법의 땅'이란 말이에요."라고 충고했습니다.
'마법의 땅'을 지혜롭게 통과한 두 순례자
'소망'은 지혜롭게 생각하지 못한 자신의 실언을 겸연언쩍어 했습니다.
"고마워요. 만약 당신 없이 나 혼자 이 길을 지났더라면 난 분명히 죽고 말았을 거예요."
"우리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며 졸음을 이겨냅시다." '크리스챤'이 크게 하품을 하며 제안했습니다. 그들은 대화에 열중하며 졸음을 쫓아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훨씬 가뿐한 발걸음으로 걷기 시작했고 재빨리 '마법의 땅'을 지날 수 있었습니다.
평화스러운 '휴식의 땅'
한참 길을 걷다 그들은 또다시 '휴식의 땅'이라는 어느 마을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공기가 무척 상쾌했으며, 꽃은 활짝 피어 있었고, 새들은 즐겁게 지저귀고 있었습니다. 또한 태양이 하루종일 그 빛을 내뿜고 있었으며, 그 마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광채를 띄고 있었습니다. 그 마을은 바로 하늘 나라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크리스챤'과 '소망'이 뒤를 돌아다보니 하늘 위로 넓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보였습니다. 그것은 마치 '불신의 성'의 형상과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다시 정면을 바라보니 구름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한 '시온성'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높게 솟은 탑과 성벽은 태양빛을 받아 찬란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빛이 너무 찬란하기 때문에 그들은 그것을 구름을 통해 보아야만 했습니다.
두 순례자를 가로막은 '암흑의 강'
'이제 안심해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들은 눈앞에 보이는 광경 때문에 온 몸이 마비가 된 듯 꼼짝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가고자 하는 시온성 앞에 무시무시하게 깊은 '암흑의 강'이 흐르고 있었고, 그 강물 위에는 안개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좌우를 두리번거렸습니다. 그 때 강둑 위에 있던 어떤 사람들이 그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그 강에는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없어요. 그러나 당신들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강을 건너야만 합니다."
강물 속에 빠진 '크리스챤'과 '소망'
'크리스챤'은 헤엄을 못치기 때문에 무척 겁이 났습니다. 그러나 이제껏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왔는데 이제와서 뒤로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크리스챤'은 몹시도 두려웠으나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강물로 뛰어들자마자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친구를 향해 외쳤습니다.
"'소망'! '소망'! 날 좀 구해줘요. 물살이 너무 세서 빨려 들어가고 있어요!"
'소망'은 '크리스챤'을 구해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강이 너무 깊어서 구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크리스챤'은 그가 이제껏 겪은 두려움보다도, 심지어 '죽음이 드리워진 골짜기'에서 겪었던 소름끼칠 듯한 두려움보다도 더 무서운 공포감에 휩싸였습니다. 순간 짙은 암흑과 스산한 기운이 몰려왔습니다. 그 '암흑의 강'은 바로 죽음의 강이었습니다. '크리스챤'은 그 강물 속에서 빠져 죽는 것은 아닌가 싶어 두렵기만 했습니다.
택한 자를 끝까지 보호하시는 하나님
그러나 그가 강물 속에서 고초를 겪는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하나님이 그를 버리셨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짙은 안개 사이로 태양빛이 밝게 비쳤습니다. 태양을 본 그들은 새로운 용기를 얻었고, 강물도 점점 얕아져서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무사히 강을 건넜고 둑으로 올라갈 수가 있었습니다.
'무지'가 갖는 헛된 소망
한편 '무지'라는 꼬마는 그들과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뒤쫓아 오고 있었습니다. 그는 순례자들이 겪은 고난을 절반 정도밖에 겪지 않았으며, 심지어 강에서는 발조차도 젖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헛된 희망'이라는 괴상한 나룻배 사공이 강을 건네 주었기 때문이었다.
시험에서 승리한 자의 감격
강둑을 보니 광채나는 옷을 입은 두 사람이 순례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기 좀 보세요. 저 사람들은 지금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난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당신이 소망으로 가득차 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크리스챤'이 그의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소망'도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라구요."라고 말했습니다.
천성문에 도착한 두 순례자
그들이 가고자 하는 성은 아주 높고 험한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주 빠르고 힘찬 걸음으로 달려 올라갔습니다. 그들은 영광스러운 동역자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으면서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무지'를 환영해주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는 혼자 쓸쓸히 좁은 길을 올라갔습니다.
순례자들이 드디어 성문에 도착했을 때, 천성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들이 도착했음을 이미 알고 마중나와 있었습니다. 순례자들은 또한 나팔부는 사람들의 마중을 받았는데,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는 그 나팔 소리는 하늘 나라에 널리 울려 퍼졌습니다.
성문 밖에서 탄식하는 '무지'
그런데 '무지'가 성문 안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애원하자 성문에 있던 사람들은 '당신은 두루마리를 가지고 있습니까? 당신이 진정 올바른 길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야만 합니다."라고 말하며 그를 막았습니다.
'무지'는 자신의 옷 속을 열심히 뒤져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그에게는 증명해 보일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는 천국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서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서 있었습니다. 얼마 안 있어 그는 탄식하며 돌아서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무지'를 볼 수 있었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하늘로부터 인정받은 두 순례자
한편 '크리스챤'과 '소망'은 둘 다 두루마리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떤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그 두명의 순례자들은 이 곳에 있는 왕을 사랑하기 때문에 '멸망의 도시'에서 이곳까지 온 사람들이다."
그 소리가 들리자 천국 문은 활짝 열렸고 그들은 기쁜 모습으로 들어갔습니다.
영원한 안식처로 들어간 순례자들
번연은 계속해서 자신의 책에다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 순례자들이 금으로 포장된 길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머리에는 면류관이 씌어져 있었고, 거룩하게 변화된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하늘 나라에 있는 모든 종들이 영광스런 소리를 내며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크리스챤'과 그의 다정한 친구가 이제야 비로소 그들의 본향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이 문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자 그 문은 닫혔습니다. 그런데 깨어보니 이 모든 것들은 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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