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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고전/천로역정 - 존 번연

제9장. 크리스티아나의 이야기(Christiana's Story)

by 복음과삶 2010. 5. 20.

9장

크리스티아나의 이야기(Christiana's Story)


 

'크리스티아나'의 회개

 나는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크리스챤'의 아내인 '크리스티아나'에 대해서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흘린 눈물이 바다 만큼이나 많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남편이 천국에 같이 가자고 그토록 간절히 애원했건만 단호히 그것을 뿌리친 일에 대해 몹시도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친구이자 가장 사랑하는 남편을 잃어버린 셈이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하늘나라 왕의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그 온갖 고통을 참고 견뎌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순례의 여정에의 초대

 이렇게 그녀가 깊은 사색에 잠겨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녀는 "만약 하나님의 이름으로 오신 분이시면 들어오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그곳에는 웬 낯선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제 이름은 '비밀'입니다. 당신의 남편이 있는 하늘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죠. 제가 온 이유는 남편의 편지를 당신에게 전해주기 위해서입니다."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건네받아 뜯어 보았습니다. 편지에서는 매우 향기로운 냄새가 났으며 편지의 내용은 모두 금으로 씌어 있었습니다. 그 편지에는 그녀의 남편인 '크리스챤' 자신이 겪었던 그 위험한 여행을 그녀와 네 명의 자녀들이 어서 시작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순례의 여정에 동참하는 '자비'

 그녀는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았습니다. '비밀'이라는 사람이 돌아가고 나자 그녀는 즉시 짐을 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행동을 보고 그녀의 두 이웃은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정신 나갔어요? 남자인 당신의 남편도 하기 힘들었다는 그 여행을 연약한 여자인 당신이 하겠다는 거예요?"하고 '겁쟁이'라는 이웃이 말했습니다.

 그러나 또다른 이웃 '자비'는 '크리스티아나'와 동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티아나'는 그 제안에 매우 기뻐했습니다.

 "나를 초청하신 분께서는 자비 베푸시기를 좋아하세요."


여정을 시작하는 여섯 명의 순례자들

 날씨도 마침 화창했기에 그들은 서둘러서 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자 두 명과 남자 아이들 네 명이 이제 좁은 문을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남자 아이들의 이름은 '마태', '사무엘', '요셉' 그리고 '베드로'였습니다.


바알세불의 성에 도착한 순례자들

그들이 어느 성벽을 지나고 있는데 한쪽에는 푸른 초장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과일나무가 벽을 타고 탐스럽게 익어 가고 있었습니다.

 '크리스티아나' 아이들은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서 기어올라 과일을 따먹는 일에는 아주 능숙했습니다. '크리스티아나'는 철없는 아들들의 행동을 꾸짖었습니다. 만약 그 과일나무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놀랐을 것입니다.

 바로 그 때 벽쪽에서 아주 괴상망칙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뜻하지 않는 위험의 시작

 '자비'는 너무 무서워 외쳤습니다. "아니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사나운 개들을 기르는 것일까요?"

 "개들은 아마 묶여 있을 거예요." 아이들이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도 개가 갑자기 달려나와 물어뜯지나 않을까 하고 매우 두려워했습니다.

 다급한 마음으로 서둘러 길을 가는데, 웬 흉칙스런 괴한 두 명이 그들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당신들은 누구예요? 어서 비켜요! 우린 지금 갈 길이 바뿐 사람들이란 말이예요!"

 그들은 목에 감겨 있는 천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외쳤습니다. 그리고 피할 곳을 찾기 위해 사방을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러나 괴한들은 그들의 말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들에게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그들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괴한들의 위험에서의 극적인 구조

 그들의 외침을 성문의 문지기가 들은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그 문지기의 이름은 '선의'였는데 우리는 아마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문지기가 그들을 구해주기 위해 급히 뛰어나오자 그 괴한들은 담을 넘어 도망을 쳤습니다.

 "저 성은 바알세불의 성입니다. 저 개들은 의로운 순례자들만을 위협하는데 바로 바알세불이 저 개들의 주인이지요. 아까 그 괴한들은 그 놈의 부하들이구요. 이렇게 위험한 곳인데 왜 빨리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문지기가 말했습니다.

 "그 나쁜 괴한들이 이 좁은 문 주위에 숨어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라고 '크리스티아나'가 대답했습니다.


순례자들에게 나타난 새로운 인도자

 그러나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은 곧 나타났습니다. 그들이 '해설자들의 집'에 이르렀을 때 해설자는 '용감'이라는 하인에게 그들의 길을 인도해 주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 하인의 친절한 안내를 받게 되었습니다.

 

'크리스챤'의 싸움 현장을 목격한 순례자들

 다음날 아침에 출발한 그들은 '크리스챤'과 '악마'가 격투했던 지점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격투는 어땠어요? 싸웠던 골짜기는 넓었나요?" 아이들이 궁금한 듯이 물었습니다.

 "아니야, 그들은 이 좁은 곳에서 싸웠어. 이곳은 다른 어느 장소보다도 위험한 곳이야." '용감'이 이렇게 대답하고는 '크리스티아나'를 불러 말했습니다.

 "여기 좀 보세요. '악마'의 창들이 조각나 있어요. 피가 묻어 있는 이 바위가 바로 당신의 남편이 싸우다 갔다는 증거이지요."


안전하게 통과한 죽음이 드리워진 골짜기

 그들은 이제 악마가 득실거리는 죽음이 드리워진 골짜기에 다다랐습니다.

 그 골짜기에 대해 사람들은 여러 가지로 말은 하지만 그 골짜기를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정확히 어떤 곳이라고 말을 할 수 없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용감'은 한때 순례자들의 동행자였던 '두려움'에 대해서 들려주었습니다.

 "우리가 이 골짜기에 도착했을 때  난 그 친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죠. 그 친구는 자꾸만 '괴물에게 난 잡혀먹게 될 꺼예요! 날 잡아 먹을거라구요!' 하면서 굉장히 무서웠거든요."

 그러나 그들은 '두려움'이나 '크리스챤'처럼 무서워하지 않고 수월하게 그 골짜기를 지나갔습니다. 왜냐하면 그때가 마침 대낮이라 태양이 밝게 비추고 있었으며, 또한 '용감'이 길을 잘 인도해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순례자들 앞에 나타난 악마의 그림자

 그 때 갑자기 그들은 죽은 사람들의 음성과도 같은 소름끼칠 듯한 신음소리를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무서워 벌벌 떨었으며, 여자들의 얼굴도 하얗게 질려 있었습니다. 그 순간에 그들을 가로막는 한 그림자가 나타났습니다. 요셉이 외쳤습니다.

 "어머니, 저게 대체 뭐죠?"

 "저 놈은 아주 흉칙한 놈이야. 우리는 지금 너희 아버지가 겪었던 그 일들을 마찬가지로 겪고 있는 거란다. 너희 아버진 캄캄한 한밤중에도 이렇게 괴물이 우글거리는 곳을 용감히 혼자 지나가셨단다."라고 '크리스티아나'가 말했습니다.

 

'허영의 도시'에서 만난 괴물과의 싸움

 그곳을 무사히 통과한 그들이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허영의 도시'였습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또 무슨 일을 당할지 의심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곳 사람들이 몹시도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일년 중에 한번씩은 꼭 머리가 일곱 달린용의 모습을 한 괴물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들을 다 죽여 버릴 것 같은 무시무시한 형상을 지닌 괴물이었습니다.

 '용감'은 그 괴물을 직접 만나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괴물은 굉장히 포악스럽게 날뛰었으며, '용감'을 보자 대단히 하찮은 존재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곧 그 괴물은 '용감'의 공격으로 인해 상처를 입었으며, 맹렬하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그 괴물은 상처가 너무 심해서 그만 죽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건이 있은 후 우리의 순례자들은 이제 그 '허영의 도시'에서 아무런 어려움도 겪지 않게 되었습니다.


'불신의 성'에서의 순례자들의 새로운 결단

 다시 길을 계속 가던 중 그들은 '불신의 성'으로 나있는 계단을 보았습니다. 계단을 바라본 '용감'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곰곰히 생각하기 위해 걸음을 우선 멈추었습니다.

 "나는 여러분들에게 강제로 권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선한 싸움을 싸워야만 합니다. 바로 이 성안에 있는 '좌절'이라는 거인과 싸워야 합니다. 자! 나와 함께 갈 사람 누구 없습니까?"

 "저희들이 가겠어요."라고 네 명의 소년들이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크리스티아나'는 매우 염려스러웠으나 아들들이 가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거인의 죽음과 '불신의 성'의 멸망

 '좌절'이라는 거인은 굉장히 힘이 세어서 아무도 그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용감'과 소년들의 도전을 받은 거인은 가소로운 듯 비웃었습니다.

 "'용감'이란 놈이 도대체 누구냐? 대체 어떤 놈이길래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내가 천사들도 이겼다는 사실을 모른단 말이냐?"

 거인은 커다란 몽둥이를 들고서는 성 밖으로 나왔습니다. 용감한 네명의 소년들은 거인을 넓은 곳으로 유인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옛날 다윗이 한 것처럼 물매와 돌을 가지고는 거인을 앞뒤로 포위했습니다. 그들의 돌세례를 받은 거인은 굉장히 지쳐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마치 목숨을 몇 개라도 갖고 있는 고양이처럼 끈질기게 버티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 '용감'이 있는 힘을 다해 거인의 목을 칼로 베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거인의 아내인 '무기력함'도 물리쳤습니다. 그들은 두 시체를 돌더미 밑에다 묻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들 모두는 힘을 합해 '불신의 성'을 무너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일은 일주일이나 걸렸습니다.


승리를 기뻐하는 순례자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은 '낙심'과 그의 딸 '공포'를 발견해 냈습니다. 그들은 굶주림에 지쳐 거의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두 사람은 아직 살아 있었습니다.

 그들 모두는 위험한 거인을 물리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크리스티아나'는 비올을 켰고, '자비'는 류트(lute)를 연주했습니다. 소년들과 '용감'은 춤을 추었습니다.

 그러나 '낙심'과 '공포'는 춤을 추는 것보다도 많이 굶주렸기 때문에 음식을 먹는 것이 더 급했습니다. 그래서 '크리스티아나'는 그와 그의 딸에게 음식을 주었습니다. 음식을 먹은 그들은 점점 기운을 차려 이제는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였습니다.


순례의 길에 동참하는 '진리의 용사'

 그들은 계속 길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얼굴이 피투성이인 어떤 사람이 칼을 내려 든 채 서 있는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자신을 '진리의 용사'라고 소개하며 방금 세 명의 괴한들과 싸워서 이겼다고 말했습니다.

 "세 명을 혼자 다 물리쳤다니, 당신은 정말 용감하군요." '용감'이 놀란 듯 외치자 그가 말했습니다.

 "진리의 편에 서서 싸우는 자에겐 숫자의 많고 적음은 상관할 바가 못됩니다."

 "당신은 정말 대단한 일을 했소."

 '용감'은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그들은 '진리의 용사'의 상처난 곳을 정성껏 돌봐주었습니다.

 '용감'은 굉장히 기뻤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정의로운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했으며, 또한 '진리의 용사'가 연약한 자신들의 동행자가 되어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들은 열명의 일행이 되었습니다.


고난이 따르는 순례의 길

 '용감'이 앞에서 길을 안내했고, 뒤에서는 '진리의 용사'가 검을 들고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이는 혹 악마나 괴한들이 공격해 올 때 그들과 맞서서 싸우며, 언제 당할지 모르는 고난 등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계속해서 걸었기 때문에 그들은 몹시도 지쳐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길을 가는 동안 피곤해진 몸을 쉬어갈 만한 장소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그들이 걷고 있는 길은 진흙투성이었으며, 먼지 또는 심하게 났기 때문에 몇몇 아이들은 신발을 잃어버리기도 했습니다. 네 명의 아이들은 투덜대기 시작했고, 가쁘게 숨을 내쉬기도 하고 한숨을 내뿜기도 하면서 걸었습니다.


천국으로 인도하는 지도

 그들의 순례의 길을 힘들게 하려는지 밤은 어김없이 또 찾아 왔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들의 안내자인 '용감'은 지도를 갖고 있었습니다. 천국에 가는 길이 자세히 그려진 지도였습니다. 그는 불을 켤 수 있는 부싯돌을 항상 가지고 다녔으므로 즉시 불을 켰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들은 옳은 길을 찾아서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따금 그들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악마가 만들어 놓은 진흙탕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왕의 부름을 받은 '크리스티아나'

 그들은 드디어 '휴식의 땅'에 도착했고, 음식점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크리스티아나는 그녀를 마중나온 사자(使者)를 만났습니다. 그 사자는 하늘나라 왕의 명령을 받고 왔는데, '크리스티아나'를 열흘 안으로 데리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들 앞에는 이제 모든 순례자들이 건너야만 하는 강이 출렁거리고 있었습니다. 물이 넘쳐 흐르는 곳도 있었고 어떤 곳은 아예 물이 메말라 있었습니다. '크리스티아나'는 이제 그의 가족과 일행들과 작별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강물 속으로 들어가며 이렇게 마지막 말을 남겼습니다.

 "오 주님! 주께로 내가 지금 갑니다."

 

'진리의 용사'의 천국 입성

 "나는 '크리스티아나'의 자녀들이 그 강을 건너는 것을 보기 위해 기다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녀의 자녀들은 하나님께 부름받아 가기 전까지 '자비'와 '용감'과 같이 생활했었습니다."라고 존 번연은 꿈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며칠 후 왕의 사자는 '진리의 용사'를 데려가기 위해 또다시 찾아왔습니다. '진리의 용사'는

 "하나님께서 주신 검으로 나는 모든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습니다. 나는 그 검을 하나님께 대한 나의 충성으로 얻게 되었습니다. 나는 상처난 이 몸을 하나님을 위한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표시로 가지고 갑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강물 속으로 들어가며 다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망아, 너의 승리는 어디에 있는가? 사망아, 너의 무기는 어디로 갔느냐?"

 그는 안전하게 강을 건너갔습니다.

 그를 축하하기 위한 나팔 소리가 하늘 나라에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